
겨울바다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제주나 동해처럼 이름난 곳들만 떠올리기 쉽지만, 남해안에는 조용히 제철 바다를 즐기기 좋은 보석 같은 섬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사천 비토섬은 배를 타지 않고도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연륙도이면서, 바다 위로 쫙 펼쳐진 갯벌과 잔잔한 포구, 굴 양식장 풍경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해가 기울 무렵 섬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리조트와 캠핑장 불빛, 저 멀리 모닥불 피워놓고 굴을 굽는 연기가 어우러져 겨울바다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바로 동선을 짤 수 있도록, 비토섬에 가는 법, 어떤 숙소를 선택하면 좋은지, 겨울 대표 먹거리인 굴구이는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 차근차근 풀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가는 법
사천 비토섬은 경상남도 사천시 서포면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섬입니다. 지도로 보면 남해 바다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위치에 있는데, 과거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연륙교가 놓여 있어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 바로 섬 안까지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섬’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배 시간표를 검색할 필요는 없고, 내비게이션만 제대로 찍고 출발하면 생각보다 훨씬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곤양 IC나 사천 IC 부근에서 빠져나와 사천 시내를 거쳐 서포면 방향으로 진입하는 동선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보통 내비게이션에는 ‘비토섬’이라고만 검색해도 주요 숙소나 포인트가 함께 뜨지만, 처음 가는 분이라면 비토해양낚시공원이나 비토섬 리조트, 또는 섬 입구의 대표적인 캠핑장 이름을 찍고 가면 길 찾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뒤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나고, 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비토섬 여행이 시작됩니다.
운전해서 들어가다 보면 섬 외곽을 따라가는 도로가 꽤 잘 정비되어 있고, 중간중간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주차 공간이나 전망 포인트들이 눈에 띕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서둘러 숙소로 들어가기보다, 섬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보면서 마음에 드는 포인트에서 잠깐씩 내려 사진도 찍고 바닷바람도 쐬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 질 무렵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양식장과 붉게 물드는 하늘이 겹쳐지면서, 남해 특유의 부드럽고 잔잔한 노을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동선이 조금 더 길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먼저 각 지역에서 사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인근 도시(진주 등)까지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뒤, 사천 시내에서 서포면과 비토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환승하는 방식입니다. 버스 번호나 시간표는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출발 전 반드시 최신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이동 시간 자체도 길고 배차 간격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당일치기보다는 1박 2일 일정으로 잡은 뒤 오전 중에 사천에 도착해 여유 있게 이동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토섬 여행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닷길과 썰물 시간을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비토섬과 인근 월등도·토끼섬 주변은 썰물 때가 되면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이 생깁니다. 이런 바닷길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물때표를 미리 확인해 두고, 왕복 시간이 충분히 나오는 시간대에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길이 열리는 시간만 대략 맞추고 느긋하게 걷다 보면, 다시 밀물이 차오르며 순식간에 바닷길이 잠기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비토섬은 자가용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접근성이 매우 좋은 섬이고, 대중교통도 약간의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수준입니다. 대신, 섬 여행 특성상 밤늦게까지 버스나 택시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는 첫날 도착 시간과 마지막날 출발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이동만 잘 잡아두면 비토섬은 ‘멀지만 가볼 만한 곳’이 아니라 ‘생각보다 쉽게 닿을 수 있는 겨울 바다 여행지’가 됩니다.
2. 숙소
비토섬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작은 섬 안에 다양한 스타일의 숙소가 밀도 있게 모여 있다는 점입니다. 리조트형 숙소, 가족 단위 풀빌라, 커플 여행에 어울리는 감성 펜션, 캠핑과 글램핑까지 골고루 갖춰져 있기 때문에 동행 구성과 여행 스타일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넉넉합니다. 같은 섬 안에 바다를 내려다보는 리조트와 갯벌 바로 앞 캠핑장이 공존하는 풍경은, 비토섬을 단순한 어촌 마을이 아닌 ‘작은 종합 해양 관광지’처럼 느껴지게 해 줍니다.
가족 여행이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숙소 타입이 리조트와 풀빌라입니다. 넓은 객실과 오션뷰를 가진 리조트는 아이들과 함께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겨울 여행에 특히 잘 맞습니다. 객실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와 양식장이 보이고, 밤에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경험은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됩니다. 일부 리조트는 야외 수영장이나 공용 노천 스파, 어린이 놀이터, 실내 놀이 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서, 날씨가 다소 궂은 날에도 숙소 안에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객실 앞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많아, 굳이 차를 끌고 식당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저녁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커플 여행자에게는 규모가 크지 않은 감성 펜션이나 풀빌라 타입 숙소가 잘 어울립니다. 이런 숙소들은 대체로 객실 수가 많지 않고, 각 객실에 개별 테라스나 스파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유리창 너머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조금 가격대가 올라가더라도 오션뷰 객실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가 적습니다. 겨울철 비토섬은 한여름 해수욕장처럼 시끄럽지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라, 두 사람이 조용히 머무르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캠핑과 글램핑은 비토섬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섬 안쪽을 걷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캠핑장과 글램핑장 안내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만큼 캠핑족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오토캠핑장은 차를 텐트 옆에 바로 세울 수 있어 짐을 옮기기 편하고, 사이트마다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배치된 곳이 많아 낮에는 갯벌과 양식장을, 밤에는 별과 어촌 마을의 불빛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글램핑 시설은 텐트 안에 침구와 난방, 샤워 시설, 간단한 취사도구까지 준비되어 있어 ‘장비를 다 챙기기는 부담스럽지만 캠핑 감성은 느끼고 싶다’는 분들에게 좋은 대안이 됩니다.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해양낚시공원이나 해상펜션과 연계된 숙소를 눈 여겨볼 만합니다. 바다 위 데크에서 바로 낚시를 즐길 수 있거나,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낚시 포인트가 나오는 곳들도 많습니다. 겨울철에는 감성돔, 도다리 등 계절 어종을 노리기 좋고, 낚시를 하지 않는 동행자는 숙소에서 따뜻하게 쉬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되니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면서도 동선을 맞추기 쉽습니다.
숙소를 고를 때는 여행 목적과 예산, 이동 수단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를 가져가는 경우에는 섬 외곽 도로를 따라 조금 깊숙한 곳에 있는 숙소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 정류장이나 중심 포인트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위치를 우선으로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겨울 성수기, 특히 굴 제철에는 주말에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는 편이니,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다면 최소 2~3주 전, 연말연시나 연휴 기간이라면 한 달 이상 여유를 두고 예약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렇게만 준비해 두면 비토섬에서의 하룻밤은 ‘그냥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여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3. 굴구이
사천 비토섬을 겨울 여행지로 떠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굴구이’입니다. 섬 주변 바다에는 지주식 굴 양식장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썰물 때 갯벌을 바라보면 끝없이 이어진 줄과 기둥 사이로 굴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푸른 바다와 갯벌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겨울에는 이 바다에서 올라온 굴이 여행자들의 눈과 입을 모두 사로잡습니다. 비토섬과 인근 서포면 일대에는 굴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여럿 모여 있어, 저녁 시간이 되면 곳곳에서 장작 타는 냄새와 해산물이 익어가는 소리가 겨울밤 공기를 채웁니다.
비토섬의 굴구이집들은 대체로 바닷가를 등지고 길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내에는 큼직한 드럼통이나 화로 위에 석쇠를 올려두고, 그 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굴을 산처럼 쌓아 올린 뒤 장작불이나 숯불로 천천히 구워 줍니다. 굴이 익어가면서 껍데기가 하나둘씩 벌어지고, 그 사이로 반짝이는 굴살이 드러나면 눈으로 먼저 한 번 놀라고,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입에 넣는 순간 특유의 고소한 향과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생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겨울 안주가 없고, 평소 비린맛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도 갓 딴 굴을 불에 구워 먹으면 생각보다 훨씬 담백하고 고소하게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구성은 굴구이와 함께 나오는 기본 반찬, 간장·초장·고추냉이 등 간단한 양념들, 그리고 굴전이나 굴탕 같은 추가 메뉴들입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굴만 잔뜩 나오는 곳도 있고, 가리비·백합·조개·새우가 함께 나오는 모둠 해산물 형태로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모둠을 시키면 색색의 조개껍데기가 불 위에서 한꺼번에 익어가며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해 줍니다. 여기에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굴국밥이나 해물탕을 추가로 주문해 나눠 먹어도 좋습니다. 겨울 저녁, 밖에서는 바람이 불고 있어도 굴구이집 안은 불판 열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로 금세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비토섬에서 굴구이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기억해 두면 좋은 포인트들도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옷차림입니다. 장작이나 숯불을 쓰는 곳이 많기 때문에, 굴이 익어가는 동안 연기가 꽤 많이 나고 옷에 냄새도 강하게 배는 편입니다. 세탁이 편한 겉옷을 입거나, 굴구이를 먹는 날은 아끼는 옷은 피하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모자나 머플러는 식당 안에 들어가면 잠깐 벗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방문 시간입니다. 굴 제철에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행 일정이 촉박하다면 너무 늦은 저녁보다는 해가 지기 전, 조금 이른 시간대에 식당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굴을 비롯한 해산물은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일찍 마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너무 늦게 찾아가면 헛걸음을 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식당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세 번째는 운전 계획입니다. 굴구이에는 자연스럽게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이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섬 안에서 숙소까지 이동해야 한다면 반드시 한 명은 운전을 전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은 여행이라면, 숙소와 굴구이 식당 사이 거리를 고려해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곳을 선택하거나, 택시 이용 가능 여부를 미리 숙소 측과 상의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겨울철 밤바다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도로가 미끄럽거나 어두운 구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굴을 잘 먹지 못하는 동행이 있는 경우에도 비토섬 굴구이집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식당에서 굴구이를 주력으로 하면서도, 라면이나 국수, 간단한 구이류, 해물파전 등 굴을 먹지 않는 사람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일부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굴은 어른들만 맛보고, 아이들에게는 따끈한 국물 요리나 밥, 면 요리를 중심으로 주문해도 충분히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메뉴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바다가 가져다준 겨울 한 상이 차려지고, 비토섬 저녁은 기억에 오래 남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사천 비토섬 여행은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관광지처럼 눈에 띄는 놀이 기구나 거대한 쇼핑몰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대신, 천천히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고,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와 갯벌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바람이 잠잠해지는 저녁이면 굴구이 집에 둘러앉아 장작불을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행입니다. 바쁘게 체험 코스를 채우기보다, 하루 이틀 동안 겨울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고, 몸과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오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더 잘 어울립니다.
정리하자면, 가는 법, 숙소, 굴구이를 중심으로 동선을 계획해 보면, 첫날에는 여유 있게 비토섬에 도착해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숙소에 짐을 풀고, 해가 질 무렵 굴구이 집에서 따끈한 저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날에는 물때에 맞춰 바닷길을 걸어보거나 해안 산책로를 산책한 뒤, 인근 사천 시내나 다른 남해안 여행지와 연계해 일정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겨울바다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제철 굴 한 번 제대로 먹어보고 싶다면, 사천 비토섬은 분명 한 번쯤은 다녀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이 글이 비토섬 여행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 겨울에는 여러분도 남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굴 한 입을 맛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